
이상민은 유리와 빛이 만들어내는 비물질적 현상을 통해 시간의 영원성과 정신성에 접근하는 작가이다.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고등장식미술학교에서 오브제를 전공하고, 마르크블로크 인문대학원에서 조형예술학을 연구하며 감각과 사유의 층위를 작업의 기반으로 삼아왔다. 초기의 ‘기(氣) 시리즈’는 보이지 않는 에너지와 흐름을 유리의 투명성과 잔상으로 시각화하며, 재료가 곧 감각의 매개가 되는 방식을 확립했다. 이후 팬데믹 시기에는 선인장의 생명력과 고요한 지속성을 모티프로 삼아, 고립과 불안 속에서도 이어지는 생의 리듬을 응축된 형태로 제시했다. 가징 최근의 신작인 <일시적 순간 Transient Moment> 연작은 잎 위에 맺힌 이슬이 떨어지기 직전의 찰나를 포착하며, 사라짐 직전의 빛과 무게를 유리의 음영과 선으로 고정한다. 가장 중심을 이루는 <그릇> 연작은 도자 유물을 관찰하며 시작된 작업으로, 10mm 유리판 뒷면에 도자의 이미지를 조각engraving하며 중첩된 시간과 기억이 층층이 쌓이는 감각을 만든다. 그의 작품은 투명한 표면 뒤에서 빛이 이동하고 머무는 방식 자체를 조형 언어로 삼으며, 관람자의 시선을 고요하게 붙잡아 현재의 밀도를 높인다. 2017년 첫 개인전 《One and Three Bowls》 이후, 2021년 《My Beautiful Garden》전, 2024년 《현현 EPIPHANY》전을 통하여 작업 세계를 확장해왔다.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을 비롯해 국내외 주요 컬렉션에 소장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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